Active vs Passive Voice: 논문에서 언제 무엇을 써야 하나
논문을 처음 영어로 작성하는 대학원생이라면 한 번쯤 이런 조언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학술 논문은 무조건 수동태로 써야 한다.” 그런데 최근 SCI, Scopus 등재 저널에 실린 논문들을 살펴보면 이 조언은 절반만 맞습니다. 능동태와 수동태를 어디에 써야 하는지는 저널의 스타일 가이드, 논문의 섹션, 그리고 문장이 강조하려는 대상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Nature Portfolio는 저자들에게 능동태 사용을 명시적으로 권장하고, AMA(American Medical Association) 매뉴얼 역시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능동태를 쓰라”고 규정합니다. 그렇다고 수동태가 틀린 것은 아닙니다. Methods와 Results 섹션에서는 여전히 수동태가 널리 쓰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심리언어학적 근거도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코퍼스 데이터와 주요 스타일 가이드를 근거로 삼아, 논문 섹션별로 어떤 태를 선택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국 연구자들이 투고 전에 반드시 점검해야 할 실수들을 구체적으로 정리합니다.
In Simple Words
“논문은 항상 수동태로 써야 한다”는 오래된 오해입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SCI 저널은 능동태를 기본으로 권장하되, 연구 절차(Methods)나 결과(Results)처럼 ‘누가 했는지’보다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가 중요한 문장에서는 수동태를 허용합니다. 핵심은 섹션과 문맥에 맞게 두 가지를 전략적으로 섞어 쓰는 것입니다.
“논문은 무조건 수동태로 써야 한다”는 오해, 어디서 왔을까
과거 과학 논문 작성법 교재들은 오랫동안 수동태를 ‘객관적이고 격식 있는’ 문체로 소개해 왔습니다. 저자가 “I” 또는 “We”를 주어로 쓰면 주관이 개입된 것처럼 보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관행은 지난 수십 년 사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AMA Manual of Style의 공식 해설 블로그인 AMA Style Insider는 능동태·수동태를 둘러싼 오해를 다루면서 이렇게 설명합니다. “능동태 사용은 대개 최선의 선택이다. AMA Manual of Style에 따르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저자는 능동태를 사용해야 하며, 예외는 행위자가 알려져 있지 않거나 관심이 행위의 대상에 있는 경우로 한정된다.”[1] 즉 ‘수동태 금지’가 아니라 ‘능동태가 기본값, 수동태는 목적이 있을 때만’이라는 원칙입니다.
Nature Portfolio가 저자들에게 제공하는 공식 작성 가이드도 같은 방향을 제시합니다. “능동태(we performed the experiment…)를 사용하면 독자가 논문에 서술된 개념과 결과를 더 잘 이해하는 데 대체로 도움이 된다.”[2] UC 리버사이드 대학원 글쓰기센터의 자료도 “특별히 수동태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면 능동태를 사용하라”는 원칙을 제시하면서, 수동태는 “연구자보다 수행된 절차 자체에 초점이 있는” Methods 섹션에 특히 적합하다고 설명합니다.[3] 미국화학회(ACS)가 진행한 과학 글쓰기 워크숍 자료 역시 “Science와 Nature의 편집진은 저자들에게 능동태 사용을 권장한다”고 명시하며, 수동태는 “행위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거나 중요하지 않을 때” 사용하라고 조언합니다.[4]
정리하면, 주요 저널과 스타일 가이드가 공통으로 말하는 원칙은 ‘무조건 수동태’가 아니라 ‘능동태가 원칙, 수동태는 예외적 필요가 있을 때’입니다. 그 예외가 정확히 언제인지가 이 글의 핵심 주제입니다.
실제 데이터로 본 변화: 지난 40년간 능동태·수동태 트렌드
이 원칙이 실제 논문에 얼마나 반영되고 있는지는 코퍼스 분석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25년 Nature Portfolio의 학술지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에 발표된 연구는 1980년부터 2020년까지 자연과학·사회과학·인문학 세 학문 분야의 논문 Methods 섹션을 코퍼스로 구축해 수동태 사용 빈도의 변화를 정량적으로 추적했습니다.[5] 결과는 아래 그래프와 같습니다.

수치를 구체적으로 보면, 자연과학 논문의 Methods 섹션은 1980년 문장 1,000개당 약 667회였던 수동태 사용 빈도가 2020년 약 530회로 약 20% 줄었습니다. 사회과학은 569회에서 347회로 약 39% 감소해 세 분야 중 가장 뚜렷한 변화를 보였고, 인문학은 469회에서 384회로 약 18% 감소했습니다.[5] 주목할 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감소폭에도 불구하고 자연과학은 1980년과 2020년 모두 세 분야 중 수동태 빈도가 가장 높았습니다. SCI·SCIE 저널에 투고하는 이공계·의학계 한국 연구자라면, 인문·사회과학 논문보다 Methods 섹션에서 수동태를 상대적으로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독자층(심사자)을 만난다는 뜻입니다. 둘째, 이 연구는 감소 원인으로 1980년대 이후 확산된 ‘쉬운 영어 쓰기(Plain English)’ 운동과 APA, Nature 등 주요 스타일 가이드의 능동태 강화 방침을 지목하면서도, 저널·분야별 관행 차이가 여전히 크므로 목표 저널의 최근 스타일 가이드를 직접 확인할 것을 권고합니다.[5]
이보다 앞서 2004년 스페인 학술지 Revista Clínica Española에 발표된 비교 연구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1989년과 2001년 스페인과 미국의 의학 논문을 비교한 결과, 미국 저널에서는 능동태 사용이 늘어난 반면 스페인 저널에서는 오히려 줄어 두 시기 모두 미국 저자들이 스페인 저자들보다 능동태를 더 많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6] 국제 SCI 저널의 상당수가 영미권 편집 관행을 따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결과는 한국 연구자가 국제 저널에 투고할 때 능동태 비중을 의식적으로 높여야 할 이유를 뒷받침합니다.
섹션별 실전 가이드: 어디에 능동태, 어디에 수동태를 써야 할까
위의 원칙과 데이터를 종합하면, 논문 섹션별로 다음과 같은 실전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최종 판단은 항상 투고할 저널의 Instructions for Authors를 따르되, 특별한 지침이 없다면 아래 표를 기본 원칙으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 섹션 | 권장 태 | 이유 | 예문 |
|---|---|---|---|
| Introduction (서론) |
능동태 | 연구 공백과 목적을 명확히 전달 | “In this study, we investigated the effect of…” |
| Literature Review (선행연구 검토) |
능동태 | 행위자(선행 연구자)를 주어로 세워 기여를 분명히 함 | “Kim et al. reported that…” |
| Methods (연구방법) |
수동태 (필요 시 능동태 혼용) |
초점이 연구자가 아니라 수행된 절차 자체에 있음 | “Samples were centrifuged at 3,000 rpm for 10 minutes.” |
| Results (결과) |
수동태 | 행위자보다 관찰된 현상 자체를 강조, 객관성 확보 | “A significant correlation was observed between X and Y.” |
| Discussion (논의) |
능동태 | 저자의 해석과 주장을 분명한 목소리로 전달 | “We interpret this finding as evidence that…” |
| Abstract (초록) |
저널 가이드라인에 따라 혼용 | 저널·분야별 관례 차이가 크므로 Instructions for Authors 확인 필수 | 저널마다 상이 |
표 1. 섹션별 능동태·수동태 사용 가이드. AMA Manual of Style, Nature Portfolio 저자 가이드, UC 리버사이드 대학원 글쓰기센터, 미국화학회(ACS) 자료를 종합해 Editverse가 정리했습니다.[1][2][3][4] 초록 작성 시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는 논문 초록(Abstract) 영문 작성 체크리스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능동태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 서론과 논의
AMA의 원칙을 다시 떠올려 보면, 능동태를 써야 하는 이유는 “행위자가 알려져 있고, 관심이 행위 자체(누가 했는가)에 있을 때”입니다.[1] Introduction과 Discussion이 바로 그런 섹션입니다. 이 두 섹션에서는 ‘연구자가 무엇을 밝혀냈고 어떻게 해석하는가’가 문장의 핵심이므로, 저자를 주어로 세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실제 교정 과정에서 자주 보이는 수동태 과다 사용 사례와 개선 예시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동태 남용 예시:
“It has been suggested by previous studies that inflammation is associated with disease progression, and it was hypothesized in this study that a similar pattern would be observed.”
능동태로 수정:
“Previous studies have suggested that inflammation is associated with disease progression. We hypothesized that a similar pattern would emerge in our cohort.”
수정된 문장은 두 가지가 개선되었습니다. 첫째, “It has been suggested by…”처럼 행위자가 문장 끝으로 밀려나는 이중 수동 구조를 없애 문장이 짧아졌습니다. 둘째, “we hypothesized”로 연구의 가설을 저자의 목소리로 직접 제시해, 심사자가 이 연구의 기여가 무엇인지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수동태가 여전히 필요한 이유: 방법과 결과
그렇다고 수동태를 아예 배제하는 것도 올바른 해법이 아닙니다. 미국심리학회 학술지 American Psychologist에 실린 논문은 수동태를 무조건 피해야 한다는 통념에 반박하면서, 수동태가 ‘주어진 정보에서 새로운 정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정보 흐름(given-new principle)을 만드는 데 능동태보다 유리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합니다.[7] 게이오기주쿠대학교(Keio University) 의과대학 영문학 교실 소속 연구자가 Keio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한 논문 역시, 수동태를 일괄적으로 피하라는 조언이 지나친 일반화이며 Methods처럼 절차 중심 서술에서는 수동태가 오히려 더 명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8]
다음 예시로 차이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능동태 반복 (권장하지 않음):
“We collected 200 serum samples. We then centrifuged the samples at 3,000 rpm. We stored the samples at −80°C.”
수동태로 수정 (권장):
“Serum samples (n = 200) were collected, centrifuged at 3,000 rpm, and stored at −80°C.”
능동태만 고집한 첫 번째 버전은 “We”가 세 문장에 걸쳐 반복되면서 정작 중요한 정보인 ‘표본에 어떤 절차가 가해졌는가’가 뒤로 밀립니다. 수동태로 바꾼 두 번째 버전은 표본(samples)을 주어로 고정해 세 가지 절차를 한 문장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면서도 더 간결합니다. 이것이 바로 Methods 섹션에서 수동태가 여전히 표준으로 쓰이는 이유입니다.
한국 연구자가 투고 전 자주 저지르는 실수 5가지
Editverse 교정팀이 한국 연구자의 원고를 검토하며 반복적으로 마주치는 능동태·수동태 관련 패턴을 정리했습니다. 아래 다섯 가지를 투고 전에 한 번씩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 서론을 수동태 상투구로 도배하는 경우. “It is well known that…”, “It has been reported that…”가 한 문단에 여러 번 반복되면 문장이 길어지고 저자의 기여가 흐려집니다. 같은 표현은 문단당 한 번 이하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 Methods를 처음부터 끝까지 “I/We” 능동태로만 서술하는 경우. 반대의 실수도 흔합니다. 모든 절차 문장을 “We did this, we did that” 형태로 쓰면 반복적이고 저자 중심적으로 읽혀, 앞서 살펴본 예시처럼 절차 자체에 집중하는 수동태보다 오히려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 행위자가 중요한 문장에서까지 수동태를 써서 책임 소재를 흐리는 경우. 연구 설계나 통계 방법 선택처럼 ‘누가 결정했는가’가 중요한 문장에서 무리하게 수동태를 쓰면 심사자에게 모호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AMA의 원칙대로, 행위자가 논의의 핵심이라면 능동태를 써야 합니다.[1]
- 목표 저널의 최근 게재 논문을 확인하지 않고 예전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하는 경우. 앞서 살펴본 코퍼스 연구가 보여주듯 학문 분야와 저널마다 능동태·수동태 관행이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5]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표 저널에 최근 게재된 논문 3~5편의 Methods와 Results 섹션을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 두 가지 태를 기계적으로 하나의 규칙에 맞추려는 시도. 모든 문장을 능동태 또는 수동태 한 가지로 통일하려는 경우입니다. 수동태는 문장 간 정보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고유한 기능이 있으므로, 무조건적인 능동태 전환은 오히려 문장 사이의 연결을 어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7]
이러한 패턴들은 문법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워드 프로세서의 맞춤법 검사로는 걸러지지 않습니다. 한국 연구자가 자주 틀리는 영어 논문 표현 20가지에서 다룬 다른 표현 오류들과 마찬가지로, 저자 본인이 여러 번 읽어도 놓치기 쉬운 스타일 문제에 가깝습니다.
투고 전 셀프 점검 체크리스트
원고를 저널에 제출하기 전, 아래 다섯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 Introduction과 Discussion에서 “It was found/shown/suggested that” 같은 수동태 상투구가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 Methods에서 절차(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저자(누가 했는가)가 문장마다 주어로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
- 연구 설계·통계 방법 선택처럼 행위자가 중요한 문장에서 수동태로 책임 소재가 흐려지지 않았는가
- 목표 저널에 최근 게재된 논문 3~5편의 Methods·Results 문체와 내 원고의 문체가 크게 다르지 않은가
- 같은 문단 안에서 능동태·수동태가 근거 없이 급격히 뒤바뀌어 문장 흐름이 끊기지 않는가
다섯 항목 중 두 개 이상에서 ‘그렇다’는 답이 나온다면, 셀프 교정보다 전문 교정자의 검토를 받는 편이 안전합니다. 논문 교정 vs 논문 편집: 차이점과 필요한 시점에서 자가 점검만으로 충분한 경우와 전문 교정이 필요한 경우를 구체적으로 비교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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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논문 교정이 필요한 순간
이 글에서 정리한 원칙을 적용해도, 자신의 원고 안에서 능동태·수동태가 뒤섞인 부분을 스스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수백 편의 SCI·Scopus·KCI 논문을 교정해 온 편집자는 섹션별 관행뿐 아니라 목표 저널의 최근 문체 경향까지 반영해 문장을 다듬을 수 있습니다. AI 번역 vs 원어민 교정에서 다룬 것처럼, 이런 미묘한 문체 판단은 자동 번역이나 문법 검사 도구가 대신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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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논문은 무조건 수동태로 써야 한다”는 조언은 절반의 진실만 담고 있습니다. AMA Manual of Style과 Nature Portfolio를 비롯한 주요 스타일 가이드는 능동태를 기본값으로 권장하며, 실제 코퍼스 데이터도 지난 40년간 능동태 비중이 꾸준히 늘어난 흐름을 보여줍니다.[1][2][5] 동시에 Methods와 Results처럼 절차와 결과 자체가 중요한 섹션에서는 수동태가 여전히 표준이며, 이를 뒷받침하는 언어학적 근거도 뚜렷합니다.[7][8] 결국 중요한 것은 능동태와 수동태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섹션과 문맥에 맞게 두 가지를 전략적으로 섞어 쓰는 능력입니다.
스스로 점검하기 어렵다면, Editverse 논문 교정 서비스를 통해 목표 저널의 문체 관행까지 반영한 전문 교정을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 AMA Style Insider. Grammar Myths. 2018. https://amastyleinsider.com/2018/08/08/grammar-myths/ (AMA Manual of Style 공식 해설 블로그)
- Nature Portfolio. How to write your paper. https://www.nature.com/nature-portfolio/for-authors/write
- UCR Graduate Writing Center. Scientific Writing: Active and Passive Voice. University of California, Riverside. PDF 링크
- American Chemical Society. Active vs. Passive Voice in Scientific Writing. ACS Professional Development. 2015. PDF 링크
- Le, R., Yu, S., & Hao, M. (2025). A corpus-based study of passive voice trajectories in methods sections across three academic branches (1980–2020).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s Communications, 12(1), 1805. DOI: 10.1057/s41599-025-06007-z
- Locutura Rupérez, J., & Ledesma Martín-Pintado, F. (2004). [The active and passive voice in the medical literature in Spain and in the United States. A comparative study]. Revista Clínica Española, 203(9), 423-425. DOI: 10.1157/13052559
- Ferreira, F. (2021). In defense of the passive voice. American Psychologist, 76(1), 145-153. DOI: 10.1037/amp0000620
- Minton, T. D. (2016). In defense of the passive voice in medical writing. Keio Journal of Medicine, 64(1), 1-10. DOI: 10.2302/kjm.2014-0009-RE